
모든 문학작품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허구의 세계다. 문학작품 속의 허구는 현실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한 허구로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창조되는 허구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시각적으로 볼 수 있게 감각적으로 구체화시킨 허구의 문학작품은 그 작가의 독창적인 문학작품이 된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이지 않는 채로 논리를 전개해 나간다면, 관념적인 종교나 철학의 영역이다. 문학의 세계는 관념의 세계를 보이거나 느낄 수 있는 세계로 형상화하여 구체화시킨다.
문학작품에서 허구적인 상상력은 과거 현실에서 경험했던 일을 창조적 사고에 의해 새로운 상황으로 끌어와 새롭게 결합해서 창조해 낸 것으로 현실을 재창조한 것이다. 러시아의 비고츠키는 인간의 상상력은 환경과의 맥락 안에서 형성되는 복잡한 심리적 활동이라고 지적하여 인간의 상상 활동이 현실과의 결합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대부분의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시인이나 작가는 소재를 자신이 경험한 세계에서 찾는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일상의 공간이나 새로운 경험 공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을 시간의 궤적을 쫓아가며 문학작품의 소재를 찾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런 결과 주로 유년 시절의 일상은 대다수 시인에게 풍부한 시적 발상의 소재원이 된다. 그렇지만 과거 유년 시절의 체험은 그 자체가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시인들이 어린 시절 고향에서 경험한 기억과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경험을 재구성해서 문학작품을 창작한다.
가스통 바슐라르의 주장에 따르면 “상상력이란 지각 작용체에 의해 받아들이게 된 이미지들을 변형시키는 능력이며, 무엇보다도 애초의 이미지로부터 우리를 해방하고, 이미지들을 변화시키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상상력은 물질의 감각적 경험 속에서 발상되는데, 물질적 성질에 기반을 두어 만들어지는 불, 물, 공기, 흙’인 4원소의 물질적 이미지로 시적 대상을 형태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진 물질성을 바탕으로 확장해 가는데 이를 물질적 상상력이라고 했다. 따라서 그에 의하면, 상상력이란 대상에 작용하여 이미지를 생성하는 과정이며, 대상의 이미지를 생성하는 단계를 통해 상상력의 구체적 작용 과정을 4단계로 나누어 설명한다.
1, 2단계에서의 상상력은 감각적 성질의 틀 안에서 작용하며, 새로운 감각적 성질을 부여하는 것으로 확장된다. 1단계에서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대상이 원래 가지고 있는 성질을 바탕으로 하다가 2단계의 상상력에서는 대상에 새로운 성질을 부여하여 이미지를 생성하는데, 대상 자체에 새로운 성질을 더하거나 기존의 성질을 변화시킴으로 감각적 성질을 부여하여 점점 확장된다.
3, 4단계에서는 상상력의 주체성과 역동성이 증가하는 단계이다. 상상력의 작용은 대상의 감각적 성질과 관계없이 이루어지며 상상력의 자유로운 실현 활동이 이루어진다. 3단계에서는 2단계와 마찬가지로 대상에 새로운 성질을 부여하지만, 감각적 성질을 넘어선 새로운 성질을 부여한다. 이 단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물질적 상상력이 활발하게 작용한 것이다.
4단계는 대상 이미지의 생성에서 상상력의 영향력이 가장 커지는 단계이다. 이 단계는 상상력이 전적으로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작용하는 단계로, 역동적 상상력의 특성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전 단계에서는 기존의 대상에 대해 상상력이 후속적으로 작용하며, 상상력을 통해 대상을 변형시켰다.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시적 이미지의 특성은 크게 두 가지 측면, 근원성과 역동성으로 나누어진다. 시를 쓰는 과정에서 창작 주체는 대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이미지를 변형한다. 이는 시적 이미지의 두 가지 특성인 근원성과 역동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촉발되는 사유는 가스통 바슐라르에 의하면 추상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의 감각적 경험 속에서 발상되는데 이를 물질적인 상상력이라고 했다. 공기, 물, 불, 흙, 네 가지 원소가 인간의 감정과 사유의 형식을 결정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상력은 주로 사물을 대상으로 촉발하게 되는데, 사물에 대한 감정, 태도, 어떤 존재에 대한 체험을 정서적으로 형상화하여 묘사와 진술로 표현한 문학 양식을 사물시라고 한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시적인 발상이 생겨나기란 어렵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물을 접했을 때 잠재된 체험과 새로운 사물과의 비교가 가능해지면서 연상 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이를 연상에 의한 발상이라고 한다. 연상이란 과거의 체험과 관련된 관념이 새롭게 만난 사물을 통해 촉발된 다른 관념을 불러일으키는 현상이다. 그러니까 무의식 속에 잠재된 이미지가 재생되는 것으로 어떤 사물을 보거나 듣거나 생각할 때 그와 관련이 있는 다른 사물이나 경험이 머리에 떠오르는 상황이다.
새로운 사물을 보았을 때 과거의 경험이나 관련 사물이 생각나게 되는데, 이는 경험, 지식, 추상, 상징을 통해 일어나게 되는데, 이때 생겨나는 사물의 표상은 직접유추, 의인유추, 환상유추, 상징유추를 통해 선입견⋅형태⋅행위⋅대비⋅색 등에 의해 연상될 수 있다고 한다.
유추란 낯선 문제를 우리가 이미 잘 아는 문제에 빗대어 이해하는 방법으로 주로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을 친숙한 예시로 설명할 때 사용한다. 이처럼 낯선 것을 익숙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는 익숙해서 당연하게 여겼던 대상을 다른 관점에서 보아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드는 은유와 그 개념이 명확하게 구분된다.
이 밖에도 유머러스에 의한 발상, 초현실적인 발상, 마인드맵 등이 있는데, 익살스런 발상이 있는데 이는 생략, 과장, 미스매치 결합⋅변신, 의인화 등으로 발상이 가능하게 된다. 초현실적인 발상은 초현실적 발상은 이성의 제약이 배제된 사실 왜곡, 역설, 변신, 이색적인 결합, 무모한 행위 등과 같은 발상법이다. 마인드맵은 지도를 그리듯이 생각을 정리하는 발상법으로 주제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식으로 가지와 가지 사이의 관계를 경험과 관련지어 정리하는 발상법이다.
시 창작에 있어서 참신한 발상법은 시에 대한 호기심과 재미성을 촉발한다. 시적 발상은 경험에서 비롯된다. 시의 창작자는 시적 대상이 되는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고 과거의 체험과 느낌이 사물에 투영되었을 때 발상의 토대가 형성되며, 구체적인 관련 경험을 통해 연상되는 것을 재구성하여 그 상황에 가장 적절한 언어로 선택하고 배열할 때 좋은 시가 창작되는 것이다.
경험을 토대로 하지 않는 상상은 시적 대상과 유기적인 관련이 없는 관념과 환상을 진술하는 것은 객관화되지 못한 주관적인 넋두리에 불과할 뿐이다. 많은 시인이 시적 대상을 보고 떠오르는 주관적인 생각을 진술하면 관념시가 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틀에 갇혀 상상력을 발휘하여 시를 창작하면 대부분 상투적인 시가 된다. 경험을 토대로 하지 않는 시는 유희적인 시가 되거나, 거짓으로 꾸며 쓰는 시, 막연하게 감동이 없는 상투적인 시가 된다.
좋은 시는 발상이 참신하다. 따라서 좋은 시를 창작하려면 기존의 타성에 젖은 생활방식에서 틀을 깨기 위해 여행을 하거나 다양한 사물을 접함으로써 잠재된 무의식을 깨워야 기발한 발상의 시가 창작되는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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