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명환 칼럼] 구경꾼이었다는 착각

제8회 코스미안상 은상

[당선 소감]

 

코스미안뉴스를 통해 인문 칼럼을 처음 접했다. 그 후 수시로 칼럼 글을 습작하다가, 모아 두었던 글 중에 두 편을 골라 응모했다. 다행히 그중 한 편이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받았다. 지금까지 열심히 글을 써 온 것에 대한 격려로 받아들이고 싶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제 글을 수상작으로 선정해 주신 심사 위원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칼럼] 구경꾼이었다는 착각

 

 

한동안 빈집 탐방, 혹은 흉가 체험이라는 SNS 영상물이 인터넷을 장식했다. 영상은 주로 사람이 떠난 빈집이나, 재건축이 중단된 건축물 또는 운영이 중단된 시설물에서 제작된 것들이다. 대부분 흉물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지만 ‘흉가’라는 용어가 주는 미지의 공포를 보는 사람에게 전달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처럼 보였다. 게다가 영상 자체와는 관련 없는, 단순히 영상 제작을 위해 그런 장소를 찾았다가 방치된 시신을 발견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영종도 해안을 따라 돌다 보면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공사가 중단된 미단시티 복합 리조트 현장이다. 빈집 탐방 영상을 보기 전에는 단순히 사정이 있어서 공사가 중단된 건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영상을 보고 나니, 전국에 그런 건축물이 많기는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몇 해 전까지 용달차를 운행하면서 화성시 어딘가에서도 폐허가 되다시피 한 건물을 본 적이 있었고, 영업이 중단된 폐주유소도 보았다. 그런데 요즘 빈집 탐방 기사를 접하면서 확인해 보니, 그 건물들도 어느새 ‘흉가 체험’의 성지가 되어 있었다. 아무런 관련 없이 지나칠 때는 몰랐던 사실이다. 건물이 개인 소유라면 왜 그대로 방치하는지 궁금해졌다. 

 

이쯤에서 공포 체험 영상 제작자의 눈에 비친 그런 공간의 의미를 되돌아보았다. 그곳은 어떤 이유에서든 사회로부터 격리된 공간이다. 그렇지만 대부분 개인 소유인 까닭에 함부로 드나들 수는 없다. 그런 공간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뉴스까지 겹치게 되면, 그곳은 가상의 공포를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는 최적인 장소가 된다. 영상 제작자의 시선으로 보면, 아마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된 건축물이 비슷한 처지의 소외된 사람들에게 생을 정리할 공간을 제공했다는 사실은 단지 자신이 제작한 영상을 사람들이 더 많이 찾게 만드는 기폭제일 뿐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들이 삶을 저버린 이유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느꼈을 진짜 공포, 더 이상 빠져나갈 틈도 없는 생의 감옥 같은 공포가 그들의 삶과는 정작 아무 관련이 없는 공포 영상 제작자라는 타인에 의해 언제든지 탈출이 가능한 거짓 공포의 얼굴을 하고 세상으로 나온다.

 

요즘 사람들은 나부터도 공포에 둔감하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 영상으로만 접하는 공포라면 더욱 그렇다. 영상을 끝까지 시청하더라도 나에게 그 어떤 직접적인 위해가 없으며, 영상 안에 타인의 생명을 훼손하는 등의 잔인하거나 충격적인 장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이 제삼자적, 혹은 가상의 공포에 둔감해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렇게 나 역시 공포 영상을 시청했지만, 그 영상 자체로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공포를 경험한 적은 없었다. 그저 잠시 시간 보내기용 영상으로 간주했을 뿐이다. 오히려 나에게 있어 공포 체험과 유사한 사례는 꿈속에 나타난다. 

 

나는 가끔 악몽을 꾼다. 분명 꿈속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면서도 공포를 느끼는 과정에만 충실하다 보면, 벗어날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다. 눈을 뜨는 단순한 동작 하나면 공포로부터 탈출할 수 있지만, 눈꺼풀을 올리는 동작이 그 순간만큼은 나에게 가장 심각한 결정을 강요한다. 거짓 공포로부터 탈출할 생각이 있는지와 그냥 그 상태로 거짓 공포를 조금 더 즐길 것인지 중에서 선택하라고 한다. 결국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공포에 빠져들고 나서야 눈을 뜬다. 그런 악몽이 반복될수록, 점점 공포 체감 수위는 극대화된다. 나 역시 은연중에 거짓 공포의 체험을 즐기는 사람이 된 셈이다. 단지 끝까지 시청할 의도가 없는 경우 영상을 닫아버리는 거짓 공포의 탈출구가, 내 악몽에서는 눈을 뜨는 순간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악몽은 원치 않아도 불시에 찾아오는 수동적 공포이다. 반면에 흉가 체험 콘텐츠로서의 거짓 공포는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접근이 가능한 능동적 공포이다. 악몽을 꾸면서 기대하지 않았던 공포를 경험하는 것은, 아무리 탈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마주한다고 해도 나의 의지에 달린 체험은 아니다. 그렇기에, 그런 능동적인 거짓 공포를 찾는 사람의 심리가 궁금해진다. 사람들은 흉가 체험을 위해 찾은 장소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든지 하는 소식을 접하고도 그 장소를 찾는다. 물론 직접 영상이 제작된 장소를 찾지 않고, 영상만 시청하는 사람이라도 공포를 체험하고자 하는 욕구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악몽의 경험이 있는 나 역시, 모르고 있다가 그런 뉴스를 접하고 나서야 인터넷을 검색해 흉가 체험 콘텐츠를 시청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폐허가 된 공간에서 발견된 비극적 현장의 잔해가 일부 공포 체험 영상 제작자들 사이에 유행하던 흉가 체험 콘텐츠를 사회적 관심의 대상으로 표면화했다. 그런 사회 현상 속에서 나는 사람이 떠난 폐가나, 건축이 중단된 채 방치된 시설 등을 자본주의 사회에서 밀려나고 도태된 공간으로 보았던 것처럼,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 사람을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태된 구성원으로 단정했다. 이 글 속에서까지도 나는 영상 제작자들이 바라보는 시각이나 영상 제작 의도와는 달리, 그들의 비극을 무의식적으로 나만의 시각에서 바라보았다. 탈출구가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던 그들의 비극을 내 마음대로 사회적 도태의 결과라는 프레임에 가두었다.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혹은 악몽처럼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타인의 비극을 글감으로 소비하고 있는 나의 시각도, 어떻게 보면 자극적 조회수의 급등을 노리는 영상 제작자의 심리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의도적이고 언제든 탈출이 가능한 거짓 공포를 즐기는 심리는 영상 시청자의 손끝을 타고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거짓 공포는 경험자의 통제가 가능한 수준을 넘어 누구나, 언제든지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일상의 소비재로 변했다. 소비재를 구매하는 수단은 영상을 검색하고 단지 손가락으로 클릭하는 행위만으로도 충분하다. 공포 체험의 과정에서 혹여 노출될지도 모르는 의외의 상황이나 원치 않은 타인의 비극은, 구매 결정에 있어 그 어떤 변수도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나도 알고 있다. 거짓 공포 체험은 즐기면서도, 실제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주위의 진짜 위험에는 눈을 돌린다. 

 

이런 자극적 콘텐츠를 찾는 행위는 인류의 죽음이나 슬픔, 비극적 장소를 찾아 과거의 불행한 사건을 기억하고 이해하는 데 목적을 둔 다크투어리즘과는 기본적으로 다르다. 거짓 공포를 즐기는 데에는 그곳에서 비극을 자초한 사람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추모의 과정이 없다. 그렇기에 우리가 이런 무감각적이고 자극 위주의 소비를 언제까지 계속 추구할 것인지, 아니면 그저 한때의 유행으로 치부하고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손을 놓아버릴 수 있을 것인지, 나는 여전히 모른다. 

 

작성 2026.10.21 10:02 수정 2026.10.2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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