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옥의 『디카시와 철학』은 디카시 이론이 실존철학을 통해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핵심 구간이다. 이상옥은 장 폴 사르트르를 실존의 증명으로 제시한다. 본문에 제시한 문장들을 검토하면, 사르트르 철학의 개념 구조를 유지하지 않는다. 사르트르의 이름을 반복하지만, 그의 철학은 기능하지 않는다. 사르트르 철학을 제거한 상태이다.
이상옥은 사르트르 철학을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와 책임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사유”(77쪽)로 요약한다. 인간은 “스스로의 선택과 행위를 통해 자신을 끊임없이 만들어 가는 실존적 존재”(77쪽)로 설명한다. 이 서술에서 자유는 이미 주어진 능력이다. 감당해야 할 조건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자유는 문제적 상황이 아닌 긍정적 역량이다.
이 자유 개념을 디카시 창작으로 직접 연결한다. 디카시의 “창작 행위는 사르트르의 실존적 자유와 연결해 해석될 경우, (…) 자기 존재를 구성하고 책임지는 실존적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79쪽)고 말한다. 여기서 자유는 창작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이다. 불안이나 강제의 차원은 등장하지 않는다. 사르트르가 말한 자유의 압박을 제거한다.
사르트르에게 자유는 선택 이전에 부과한 조건이다. 『디카시와 철학』에서 자유는 이미 활용 가능한 자원이다. 자유는 창작의 출발점으로 기능한다. 존재론적 부담을 서술하지 않는다. 이로써 자유 개념을 실존적 강제에서 미학적 동력으로 전환한다.
선택 개념에서도 동일한 전도가 발생한다. 이상옥은 디카시를 선택의 예술로 규정한다. “여러 자연 현상이나 사물 중 하나를 고르고, 그 순간을 찍고 수많은 표현 중 한 줄을 선택하는 과정”(80쪽)을 디카시 창작의 핵심으로 제시한다. 이 선택은 “단지 기술적 선택이 아닌 실존적 선택”(80쪽)이라고 규정된다.
이 선택은 윤리적 결과를 낳지 않는다. 선택은 창작자의 내부 과정에 머문다. 타인에 대한 책임으로 확장하지 않는다. 보편적 규범의 문제는 제기하지 않는다. 사르트르가 말한 선택의 윤리적 부담은 등장하지 않는다. 선택은 미적 판단의 단계로 안정화한다.
실존 개념 역시 결과 중심으로 재구성한다. 이상옥은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78쪽)는 사르트르의 명제를 반복한다. 실존은 과정이 아닌 성과로 제시한다. 디카시는 “자유로운 응시와 선택, 책임 있는 표현의 형식, 나아가 자기 존재의 창조적 증명”(83쪽)으로 설명한다.
이 서술에서 실존을 증명한다. 실패하지 않는다. 미완으로 남지 않는다. 작품은 실존의 흔적이 아닌 실존의 결과이다. 사르트르가 말한 자기 불일치의 구조는 나타나지 않는다. 의식이 자신과 어긋난다는 논의를 삭제한다. 실존은 예술을 통해 안정한다.
타자와 세계에 관한 서술에서도 사르트르 철학의 긴장을 제거한다. 이상옥은 “타인은 나의 자유를 제약하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반성하게 하며, (…) 타인의 자유를 더욱 분명히 인식하게 하는 계기”(78쪽)라고 말한다. 타자는 위협이 아니다. 대상화의 위험을 서술하지 않는다. 타자는 자기 성찰의 계기로 기능한다.
자유는 실천하는 “구체적 현실 안에서 자신을 던지는 행위”(78쪽)로 제시한다. 사르트르 철학의 핵심 문제인 타자의 시선과 대상화, 수치의 구조는 분석하지 않는다. 사회적 갈등을 미학적 배경으로 처리한다.
결국, 『디카시와 철학』에서 사르트르는 개념적 기준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자유는 강제가 아니다. 선택은 윤리적 위험이 아니다. 실존은 실패하지 않는다. 타자는 위협이 아니다. 사르트르 철학의 존재론적 긴장을 제거한 상태로 재배치한다.
이 구간에서 사르트르를 정당화의 언어로 호출한다. 철학적 한계를 설정하는 기준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사르트르의 개념들은 갈등을 제거한 채 미학적 서술로 전환한다. 그 결과 디카시 이론은 사르트르 철학과 동일한 토대 위에 설 수 없다.
사르트르의 이름은 남아 있다. 사르트르 철학은 제거해 버렸다. 이 불일치가 바로 『디카시와 철학』의 철학적 한계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지점이다.
지금까지 사르트르의 자유 개념이 감각적 선택의 자유로 축소하는 오류를 분석했다. 사르트르에게 자유는 실존의 부담이지 창작의 쾌감이 아니다. 디카시 담론은 이 책임의 차원을 삭제한다. 그 결과 사르트르는 호출되지만, 작동하지 않는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경남정보대학교 특임교수
저서:평론집 10권, 이론서 4권, 연구서 3권, 시집 6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