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화는 먼 시대의 환상일까, 아니면 오늘의 삶을 비추는 언어일까. 조지프 캠벨과 언론인 빌 모이어스의 대담을 엮은 『신화의 힘』은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1985~1986년 진행된 대담은 미국 PBS의 방송으로 이어졌고, 국내에는 이윤기 번역으로 소개됐다. 21세기북스의 2017년 판은 416쪽이다. 그리스와 인도, 북미 원주민의 이야기에서 중국의 노장사상과 영화 〈스타워즈〉까지 오가는 까닭은 서로 다른 이야기 속에서 인간이 거듭 마주하는 질문을 찾기 위해서다.
황금독서클럽의 북큐레이션 「신화의 힘 (조셉 캠벨)」은 신화를 처음 읽는 사람에게 이 책이 하나의 안내 지도가 될 수 있다고 소개한다. 신화의 줄거리를 사실 여부로만 가르기보다, 그 안에 담긴 상징과 삶의 경험을 함께 보자는 것이다. 출판사 역시 이 책을 현대인이 내면의 길을 돌아보게 하는 대담으로 설명한다. 같은 장면이라도 어떤 질문을 품고 읽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그 대표적인 열쇠가 캠벨의 ‘신의 가면’이라는 관점이다. 황금독서클럽의 글은 문화마다 신을 부르는 이름과 형상이 달라도, 그 이미지가 삶의 신비를 가리키는 은유일 수 있다는 캠벨의 해석에 주목한다. 이를 모든 종교가 같다는 단정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이름의 차이에 가려진 의미를 살펴보자는 제안으로 읽을 만하다. 서로 다른 전통의 언어를 곧바로 동일시하지 않으면서도, 왜 갈등과 경외, 탄생과 죽음의 이야기가 반복되는지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뱀의 이미지도 한 가지 뜻에 갇히지 않는다. 북큐레이션은 허물을 벗는 뱀을 새 삶과 재생의 상징으로 읽는 캠벨의 설명을 전한다. 어떤 전통에서 위험이나 유혹을 떠올리게 하는 형상이 다른 이야기에서는 변화와 생명의 표지가 되는 셈이다. 시작도 끝도 없는 원을 삶의 순환과 전체성에 연결하는 대목 역시 상징을 읽는 방식의 차이를 보여준다. 상징은 역사적 사건을 증명하는 자료가 아니라, 인간이 경험을 이해하려고 만든 표현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캠벨이 오래 천착한 또 하나의 주제는 영웅의 여정이다. 북큐레이션에 따르면 영웅은 익숙한 세계를 떠나 시련을 통과하고, 얻은 것을 자신만의 보상으로 남기지 않고 타인과 공동체에 돌려주는 인물이다. 그 여정에서 중요한 것은 고통이 없다는 약속이 아니다. 시련에 직면하고 변화를 겪으며, 다른 사람의 고통에도 응답하는 태도다. 그래서 영웅 이야기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의 모험담에 그치지 않는다.
이 독법을 일상으로 가져오면 질문은 구체적이 된다. 익숙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할 때 무엇이 발목을 잡는가. 어려움을 통과한 뒤 자신이 배운 것을 누구와 나눌 수 있는가. 캠벨의 영웅이 제시하는 길을 모든 사람의 삶에 그대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 다만 두려움, 선택, 책임이라는 오래된 주제를 자신의 언어로 다시 묻게 한다는 점에서 신화는 여전히 쓸모가 있다.
캠벨은 서로 갈라진 공동체를 넘어 지구라는 행성을 함께 살아가는 관점도 강조했다. 오래된 상징을 오늘 읽는 이유가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황금독서클럽 글에는 신화를 특정 종교의 미래관과 연결하는 해석도 담겨 있다. 이는 북큐레이션 글쓴이의 관점으로 구분하고, 책 자체가 던지는 비교신화학적 질문과 함께 읽는 편이 정확하다. 『신화의 힘』은 신화가 사실이라고 믿으라고 요구하기보다, 이야기의 언어로 인간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이름과 형상 너머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시련을 지나 무엇을 가지고 돌아올 것인지. 그 질문이 남는다면 오래된 이야기는 지금의 독서가 된다.
참고: 황금독서클럽 「신화의 힘 (조셉 캠벨)」 · 21세기북스 『신화의 힘』 도서 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