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날, 두 도시의 함성
11월 4일 테헤란. 1979년 미국 대사관 점거 기념일을 맞아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성조기를 불태웠다. 한 신문은 눈을 가린 채 고개 숙인 트럼프를 1면에 실었고, 다른 신문은 '트럼프주의의 황혼'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같은 날 워싱턴에서는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기자들 앞에서 이 전쟁을 끝내겠다고 말했다. 두 도시가 같은 하루에 전쟁을 입에 올렸지만, 그 뜻은 정반대였다. 그 사이, 임명 이후 단 한 번도 대중 앞에 얼굴을 보이지 않은 한 사람이 홈페이지에 짧은 성명을 올렸다. 미국이 달라지리라 기대한다면 크게 착각한 것이라고.
2월 28일에서 11월 3일까지
이야기는 여덟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알리 하메네이가 숨졌고, 그 공격에서 다친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3월 최고지도자 자리를 이었다. 로이터 소식통들에 따르면 그는 얼굴도, 목소리도 드러내지 말라는 조언을 받았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3월 2일 '적대국' 선박의 호르무즈 통항을 막았고, 미국은 4월 13일부터 이란 항구를 봉쇄했다. 휴전이 무너진 7월, 봉쇄는 다시 시작되었다. 막힌 바닷길의 청구서는 미국 주유소로 날아들었다. 선거 전날 밤에도 미군은 케슘섬의 지대공 미사일을 '방어 차원'이라며 타격했다. AP 유권자 조사는 생활비와 이란 전쟁, 부패에 대한 불만이 표심을 흔들었다고 분석했다.
11월 3일, 민주당은 상원에서 공화당 의석을 최소 일곱 곳 빼앗았고, 하원에서도 공화당 지역구를 스무 곳 넘게 넘겨받았다. 민주당의 상원 의석은 54석 이상이 되었다. 텍사스에서는 제임스 탈라리코가 1988년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상원의원 자리에 올랐다. 밴스 부통령마저 패인은 전쟁이라고 적었고, 트럼프도 그 진단이 대체로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같은 결정을 다시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지갑을 쥔 의회, 거부권을 쥔 대통령
그렇다면 내년 1월 3일 새 의회가 문을 열면 무엇이 달라질까. ▶첫째는 소환장이다. 민주당은 부패 의혹, 이란 전쟁, 연방 공무원 대량 해고, 법무부의 정치적 이용을 들여다보겠다고 예고했다. ▶둘째는 예산이다. 슈머는 헌법이 의회에 맡긴 '지갑의 힘'을 꺼내 들었다. 대통령이 전쟁을 거둬들일 때까지 국방 예산의 고삐를 죌 수 있다는 경고다. ▶셋째는 의제의 전환이다. 메디케이드 삭감 철회, 건강보험 세액공제 연장, 관세 되돌리기가 우선순위에 올랐다. 하원 의장이 유력한 하킴 제프리스는 생활비 문제로 싸워 이겼다며 첫날부터 움직이겠다고 했다. 그는 새 의회가 들어서기도 전에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인공지능 규제처럼 양당이 손잡을 여지가 남은 분야도 거론된다.
그러나 브레이크와 운전대는 다르다. 거부권을 뒤집으려면 하원 290표, 상원 67표가 필요한데, 민주당은 어느 쪽에도 닿지 못한다. 트럼프는 벌써 소셜미디어에 '거부권'이라는 글자를 내걸었다. 선거 전부터 그는 민주당이 이기면 거부권을 하도 많이 써서 '미스터 거부권'으로 불릴지 모른다고 장담해 왔다. 탄핵론도 잠잠하다. 제프리스는 당내에서 그 말을 꺼낸 의원이 없다고 했다. 하원은 과반으로 탄핵을 소추할 수 있지만, 상원에서 파면하려면 3분의 2가 필요하다. 숫자가 말해 주는 결론은 분명하다. 역사도 같은 말을 들려준다. 2007년 민주당이 양원을 되찾았지만 이라크 전쟁은 이어졌다. 의회는 전쟁을 붙잡아 세울 수는 있어도, 대통령을 대신해 평화를 맺을 수는 없다.
테헤란이 읽는 미국의 투표용지
테헤란은 이 결과를 저마다 다르게 읽는다. 협상 대표인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미국인들이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며 반겼다. 최고지도자는 정반대 신호를 보냈다. 어느 당이 이기든 미국의 적대는 그대로이며, 공격이 되풀이되면 전쟁의 범위가 훨씬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 고위 소식통들은 민주당의 승리를 환영하면서도, 트럼프가 패배를 만회하려 폭격을 택할까 봐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사법부 수장 모흐세니 에제이는 트럼프가 전장과 정치에서 모두 졌다며 더 큰 패배를 장담했다. 승리의 축포와 공습경보가 한 도시의 하늘에 나란히 걸린 셈이다.
알자지라에 기고한 이란 전문가 마흐주브 즈웨이리는 모즈타바가 연설 대신 성명과 회동 보도로 나라를 이끈다고 짚는다. 10월에는 열하루 사이 네 차례 회동이 몰렸고, 카타르·파키스탄 중재안과 밴스 부통령의 서한이 테헤란을 오갔다. 10월 30일에는 카타르 중재단이 백악관과 조율하며 테헤란에서 12시간 동안 협상했다. 그는 2015년 핵 합의와 견준다. 그때는 제재 아래 약 2년이 걸렸고, 알리 하메네이가 '영웅적 유연성'이라는 말로 직접 길을 열었다. 지금은 전쟁과 봉쇄, 미국 선거가 겹친 열하루에 결단이 압축되었다. 즈웨이리는 전쟁이 유연함의 정치적 값을 끌어올렸고, 보이지 않는 지도자의 정당성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는 데 일부 기대고 있다고 본다.
간극도 넓다. 워싱턴은 핵 양보를 먼저 원하고, 테헤란은 봉쇄 해제와 동결 자산 반환, 원유 수출 회복을 먼저 요구한다. 1979년의 기억, 2018년 미국의 핵 합의 탈퇴, 2025년 6월과 2026년 2월의 전쟁이 쌓은 불신이 그 틈을 메우지 못하게 가로막는다.
투표용지는 미사일보다 멀리 갈 수 있는가
나는 이 소식들을 읽으며 오래 펜을 내려놓지 못했다. 한 나라의 시민들이 투표로 "이제 그만"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닿아야 할 곳은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지도자의 방, 그리고 거부권이라는 두꺼운 벽이다. 민주주의는 전쟁을 단번에 끝내는 마법이 아니다. 다만 멈춰 서서 다시 묻게 만드는 힘이다. 소환장은 질문이고, 예산은 조건이며, 투표는 양심의 기록이다. 그 기록은 대통령의 책상 위에서 사라지지 않고, 다음 결정을 내리는 손을 한 번 더 무겁게 만든다. 그 기록이 테헤란의 경계심을 녹이고 워싱턴의 자존심을 낮출 수 있을까. 양쪽 모두 상대가 먼저 무릎 꿇기를 기다리는 동안, 봉쇄된 항구의 노동자와 기름값에 한숨 쉬는 가장은 오늘도 그 대가를 치른다. 평화는 이긴 쪽이 아니라 먼저 내려놓는 쪽에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