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국가의 의료기술이 다른 국가에 전달되기까지는 무엇이 필요할까. 기술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것만으로 협력이 시작될 수 있을까.
언어와 제도가 다르고, 필요한 정보와 기대하는 역할도 다른 상대방에게 어떤 질문을 먼저 건네야 할까. 박경진 변호사가 의료 분야의 국제협력 업무를 수행하며 이어온 고민이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의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박경진 변호사는 현재 국내 의료기관에서 국제협력 담당 업무를 맡아 한국 의료기술의 해외 진출과 국제교류를 지원하고 있다.
해외 관계자에게 협력 가능성을 설명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의료기술을 국경 너머로 연결하는 일이 기술에 대한 소개 이상의 준비를 요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사관과 영사관 관계자들과 협력하고 교류하는 과정은 이러한 관심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의료를 산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과 외교·국제협력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 사이에는 서로 연결할 지점이 있었다. 전문지식의 교류와 인적 네트워크, 정확한 정보에 대한 접근은 국가 간 신뢰와도 맞닿아 있었다.
박경진 변호사는 어떻게 하면 한국의 K-의료기술이 해외의 필요와 만날 수 있을지 생각해 왔다.
국내에서 축적한 경험을 상대국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고, 일회성 만남을 지속 가능한 교류로 발전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다뤄온 IT와 AI의 활용 가능성을 다시 살펴보게 됐다.
15년간 IT 분야에 집중해 온 박경진 변호사는 IT를 전공하고 석사과정을 거치며 수백 개의 웹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화면에 정보를 배치하고 이용자의 질문을 예상하며 서비스의 흐름을 만드는 일이 익숙했다. 국제협력 현장에서 마주한 정보와 소통의 문제는 이러한 개발 경험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다국어 자료를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는 없을까. 서로 다른 기관이 보내온 질문에서 공통의 관심사를 찾을 수는 없을까.
협력 아이디어를 문서로만 설명하는 대신 눈에 보이는 화면으로 구현할 수는 없을까. AI와 개발 역량을 활용하면 시도할 수 있는 일들이 구체적인 질문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고민에서 구상한 강연이 「AI 시대 의료외교: 국경을 연결하고 협력의 미래를 설계하다」다.
각국 대사와 총영사, 외교관, 국제기구 관계자, 정책·산업 전문가를 대상으로 AI와 의료 분야 국제협력의 접점을 살펴보는 특별강연이다. 현장에서 발견한 질문을 기술과 제도, 소통의 관점으로 풀어낸다.
강연에서 다루는 의료외교는 의료·보건 분야에서 국가와 기관 간 이해를 넓히는 협력의 관점이다.
특정 진료를 소개하거나 환자의 이용을 유도하는 내용이 아니라, 교육과 지식 교류, 정보 접근성과 기술협력의 가능성을 중심으로 구성한다. 각 주체의 권한과 목적을 존중하면서 공통의 의제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야기는 다른 나라의 정보를 찾는 한 사람의 상황에서 출발한다. 안내문은 있지만 언어가 낯설고, 절차를 읽어도 어디에 질문해야 할지 알기 어렵다.
같은 내용이 여러 자료에서 다르게 설명되기도 한다. 국제협력에서 정보의 정확성과 전달 방식이 중요한 이유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AI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보조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다국어 안내의 초안을 만들고 반복되는 질문을 분류하거나 필요한 공식 자료를 정리하는 방식이다.
다만 자연스러운 문장이 정확한 정보를 뜻하지는 않는다. 번역과 사실관계를 검토하고 정보의 출처와 갱신 시점을 확인하는 과정이 함께 필요하다.
박경진 변호사는 이 지점에서 기술을 구현한 경험과 법률적 사고를 연결한다. 어떤 정보를 보여줄 것인지뿐 아니라 그 정보가 누구에게 어떤 의미로 전달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이용자가 오해할 가능성과 확인해야 할 전제를 질문하면서, 소통의 편의성과 신뢰를 함께 생각하도록 강연을 구성한다.
다음 이야기는 전문가 간 교류로 이어진다. 국가마다 축적한 현장 경험과 교육 수요는 다르다.
공동 세미나와 전문가 대화,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할 때는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만큼 상대방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한다. 서로의 기대를 확인하는 과정이 협력의 출발점이 된다.
AI는 관련 자료를 정리하고 참여자의 관심사를 유형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의 주제와 질문, 자료의 구성을 구체화할 수 있다. 전문 내용의 적절성과 정확성은 해당 분야 전문가가 검토해야 하며, 기술이 지원하는 영역과 사람이 판단하는 영역을 구분하는 접근이다.
협력의 관심을 확인한 뒤에는 실행의 질문이 남는다. 누가 참여하고 무엇을 담당할 것인지, 어떤 일정과 자원이 필요한지, 결과를 어떻게 살펴볼 것인지 정해야 한다. 기업과 공공기관 프로젝트의 심사·평가위원으로도 활동하는 박경진 변호사는 이러한 구체화 과정의 중요성을 강연에 담는다.
정책 담당자와 전문가, 사업 관계자는 같은 제안을 서로 다른 기준으로 볼 수 있다. 공익과 제도, 전문성과 운영 가능성을 공통의 언어로 연결해야 한다. 박경진 변호사는 상대방의 관점에서 제안을 다시 읽고, 협력의 목적과 실행 계획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는 방법을 살펴본다.
의료기술의 해외 진출을 논의할 때 필요한 구분도 다룬다. 학술교류와 교육, 기술 지원과 직접 진료, 현지 사업 운영은 각각 다른 검토를 요구할 수 있다. 국내 자격이 해외에서 같은 권한을 부여한다고 전제하지 않고, 실제 활동 형태에 따라 관련 요건을 확인하는 관점을 제시한다.
공관과 관계기관의 참여 역시 그 범위를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교류나 협력 논의가 개별 사업의 승인과 보증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강연에서는 각 기관의 권한과 실제 합의 내용을 존중하면서 역할을 정리하는 중요성을 설명한다. 상대방의 신뢰를 지키는 일이 협력의 지속성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가상 정보를 활용해 다국어 협력 안내 페이지나 전문가 교류 프로그램의 교육용 시제품을 구현한다. 참가자는 문서 속 구상이 화면과 정보 구조로 바뀌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실제 환자의 상담·예약이나 의료적 판단을 제공하지 않으며, 공관의 비공개 자료도 사용하지 않는 교육 시연이다.
박경진 변호사가 강연을 통해 전하려는 것은 한국의 경험을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방식이 아니다. 상대국의 필요를 이해하고 서로의 전문성을 연결할 접점을 찾는 태도다. K-의료기술의 해외 진출 역시 이러한 이해와 준비를 바탕으로 논의할 때 구체적인 협력 구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AI 시대 의료외교: 국경을 연결하고 협력의 미래를 설계하다」는 외교·국제협력 포럼과 전문가 세미나, 공관 관계자 대상 강연을 위해 구상됐다. 박경진 IT 변호사는 공관과의 교류, 의료 국제협력 실무, 개발 경험에서 얻은 질문을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한다. 더 넓은 가능성을 발견하고 신뢰할 수 있는 협력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강연의 중심이다.


